[무릎 재활 일기] EP. 2 전방십자인대 파열이 의심됩니다.
EP. 2 전방십자인대 파열이 의심됩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 나는 아이를 보고 있던 아내와 눈이 마주쳤고, 아무리 멀쩡한 척 하려고 해도 어딘가 이상하게 걷는 나를 수상히 여긴 아내가 "다쳤냐?"고 내게 물었다. 아내의 반대를 무릅 쓰고 하러 간 축구였기에 크게 다친 것 같다고 쉽게 대답할 수 없어, 그냥 가볍게 삔 것 같다고 대답을 했었던 것 같다.
내가 크게 다친 건 아니라고 하니 아내도 별 말 없이 일단은 그냥 넘어 갔으나, 얼마 뒤 다쳤을 당시에 비해 무릎이 많이 부어 있었고,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통증 또한 점점 커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 아내에게 병원을 다녀와야 될 거 같다고 얘기했다.
그 때까지도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크게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부상을 당한 날은 주말이었는데, 다행히 집 근처에 주말에도 진료를 보는 병원이 있었다. 그렇게 차를 끌고 나가 병원을 방문한 나는 접수대에서 간단한 인적사항과 증상을 기재하고, 순서를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뒤 내 순서가 되어 담당의사 선생님을 대면했고, 부상 당했을 당시 상황들을 간단하게 설명하니 X-Ray를 찍고 오라고 하였다. X-Ray 사진을 찍은 뒤 또 잠시 기다리니 의사 선생님이 나를 불렀고, 침상 위에 앉으라고 하더니 내 정강이를 앞 뒤로 여러 번 당겨 보셨다.
나중에 집에 가서 알아보니 의사가 나에게 한 행위가 동요도 확인을 위한 이학적 검사란 것이었다.
전방십자인대는 무릎 쪽에 위치하여 허벅지 뼈와 정강이 뼈를 잇고 있는 인대로서, 정강이가 무릎 앞쪽으로 과하게 나가는 것을 막아준다고 한다. 만약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된 것이라면 허벅지 뼈와 정강이 뼈를 잡아주고 있는 고리가 제 역할을 할 수 없으므로, 이학적 검사를 하였을 때 정강이 뼈가 쉽게 당겨질 것이고 이러한 밀림이 몇 mm 이상일 경우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었음을 추정한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집 앞 병원을 처음 방문한 날은 무릎에 붓기가 심한 탓에 정강이가 잘 당겨지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무릎에 차 있는 피를 뽑자고 하셨다. 눈 앞에서 종이컵 반 이상이 되는 양의 피가 뽑히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그 때부터 조금씩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피를 뽑은 후 무릎 주사까지 맞고, 덤으로 다리 부목과 목발을 획득한 나는 월요일에 다시 내원하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끝으로 생전 처음 해보는 목발을 하고 어기적어기적 집으로 기어 들어왔다.
두 발로 걸어나간 사람이 네 발로 기어 들어오는 기이한 광경을 목격한 아내는 기가 찬 표정을 지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나 같아도 속에서 울화가 치밀었을 것이다. 아무 말도 하진 않았지만 육두문자가 턱 밑까지 올라온 아내를 진정시키고자 일단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간단히 아내에게 설명하였는데, 그 때까지도 아내의 극대노가 두려워 별 일이 아닐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잠에서 깬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기지개를 켜다 무릎이 끊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기지개를 켜는 과정에서 다리를 쭉 뻗었는데, 무릎이 너무 아픈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월요일이 되자마자 병원 오픈런을 했고, 의사 선생님께서 붓기가 조금 빠진 무릎의 상태를 확인하고자 이학적 검사를 재차 시행하셨다. 그러고는 나에게 다음과 같은 진단을 하셨다.
"전방십자인대 파열이 의심됩니다."
뭔가 심상치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은 받고 있었지만,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라니...
정확한 진단은 대형 병원에서 MRI 촬영 등 정밀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이미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라는 말을 들은 뒤로 멘붕이 온 나는 혼자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일단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다시는 축구를 할 수 없는 것인가'였다. 살면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꿈에도 몰랐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했던 나는 이와 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나는 '꼭 큰 병원에 가서 검사해 보세요'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끝으로 그 날의 진료를 마쳤다. 그리고 귀가 후 아내에게 내 무릎의 상태에 대해 설명했고, 고막에서 피가 날 만큼의 잔소리를 들었다.
다음 날 집 앞 병원에서 주사 및 간단한 물리치료를 받고, 보험금 청구를 위한 진료 세부내역 등까지 발급 받은 뒤 그 병원에서의 진료를 마쳤다. 이 때는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는 하고 있었으나, 아직 정밀 검사를 한 게 아니기에 인대 파열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 또한 품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음 날 전방십자인대 파열이 아니기를 기원하며 대형 병원을 찾아 나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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